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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언제 일어나요?"

 

아직 익숙지 않은 2층 방 안에서 이불을 덮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작게 속삭였다. 조금만 더 기다리렴. 로빈, 네가 어엿한 어른이 되거든 아빠랑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럼 아이는 또 묻는 것이다. 전 언제 어른이 될까요. 그 말에 어머니는 아이의 이마에 악몽을 쫓는 입맞춤을 선물해주었고, 몇 밤만 더 자면 된다고만 속삭여주었다. 아이는 입을 꼭 다문 채 얌전히 끄덕였다.

 


굿나잇 키스를 해주던 아버지는 한 달 전부터 아주 머나먼 곳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게 되었고, 어머니는 동생과 저를 데리고 외할머니네 댁으로 이사를 오게 된 후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해가 져야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좋은 분이었지만 갑작스레 부모와 떨어지게 된 아이는 근 한 달 동안 조그마한 머리로 일상이 변화한 것에 대한 많은 감정을 목 뒤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작은 등을 하나 켠 후 막 두 살이 된 동생을 재우러 가는 어머니의 곤한 미소를 바라보며 아이는 오늘도 감정을 꼴깍 삼킨 채 이불을 말아쥐고 결심했다. 아빠를 다시 보는 날까지 어엿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언젠가 어머니와 동생이 편히 자신과 함께 아버지를 기다릴 수 있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아이는 방 한쪽에서 작은 플라네타리움이만들어주는 별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작은 머리는 그날따라 쉬이 잠들지 못하고 팽팽 굴러갔다. 어엿하고 씩씩한 사람이란 뭘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일까. 그럼 동생과 엄마가 나를 걱정하지 않고 의지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알아서 잘해야겠다. 그거면 될까? 아냐, 그거론 조금 부족할지도 몰라. 생각하느라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던 아이는 어디서 보고 배운 것인지, 한참이나 생각하는 바람에 열이 오른 머리를 식히고자 달칵 창문을 열었다. 플로리다의 미지근하고 습한 바람이 아이의 귓가를 간질이며 방 안으로 소금기를 몰고 들어왔다. 작은 플라네타리움이 만드는 것과는 달리 넓게 펼쳐진 바다 위로 셀 수 없이 수놓아진 별을 바라보던 아이는 떠올렸다.
아버지가 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며 걱정하지 않도록 더 많은 친구를 만들고 그들을 도와야겠다고. 별처럼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된다면 친구도 많이 생길 테고, 별처럼 높은 곳에 선다면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이 보일 것이다. 어쩌면 저 멀리서 아버지 또한 자신의 빛을 등대 삼아 훌쩍 큰 자신을 찾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이는 마치 고민을 해결한 것처럼 시원하고도, 이제 생각을 다 정리했다는 꽤 어른스러운 표정을 짓고서는 도로 침대로 꼬물꼬물 올라섰다. 깊은 쪽빛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작고 아름다운 유성을 바라보며 아이는 꿈을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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